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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3일 목요일

5. 술독에 빠진 사회에 절망했다.

직장인으로서 생활한 것이 어느덧 15년 흘렀습니다. 한 분야에만 종사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학력과 환경의 문제로 저는 여러 업종을 떠돌게 되었는데요. 그 덕에 여러 분야의 직종에서 직장 문화가 다르지 않음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느니 술을 먹어라' 라는 이야기를 하며 알코올이 흡연보다 낫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지만, 사실 둘 다 어느 것이 더 낫다 할 수 없을 만큼 몸에 해롭고 주변에 해악을 끼칩니다. 

술로 인한 피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간접적인 경험담으로 바로 옆에 있었던 동료 직원들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서 벌금과 합의금을 낸 사례도 있고, 음주 사고로 경찰서에 끌려간 동료 직원을 데리러 간 적도 있습니다.           

술이라는 것은 분명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주며, 서로의 친목을 다지는 기능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재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알콜 중독과, 음주운전이 있다는 것을 항시 잊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나는 술을 아무리 먹어도 안 취한다' 라고 자부했던 '술이 쎄다'라고 이야기 했던 사람들이 반드시 음주 사고를 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 입니다. 

많은 회사에서 회식 문화가 아직도 술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술을 권하는 사회에서 벗어났을지는 몰라도, 그 문화를 이어받은 세대들이 아직도 윗선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불필요한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죠. 신입 사원이 들어오거나, 프로젝트가 종료되거나, 혹은 월 별로 회식 일이 정해져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어느 회사는 술 먹는 회식을 사원 복지 측면에서 한다고 합니다. 건강을 해치는 술자리가 복지라니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술자리에서 하는 일은 무엇이던 용서가 된다는 식의 관용적인 문화가 형성이 되어 술자리에서 욕설, 성희롱이 남발하는 직장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관용은 언제나 윗사람의 실수가 아랫사람에게 허용 될 뿐이지 아랫사람의 술자리 실수는 잘 감싸지지 않습니다. 이 또한 이중적이지요. 

술을 싫어해서 알콜 중독에 빠진 사회에 절망한 것이 아닙니다. 저 또한 음주를 좋아하며, 잘 마시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알콜 중독에 빠진 사회를 비평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업무 효율 때문입니다. 

사람이 술을 해독하는 양은 1시간에 약 소주 3잔 정도 분량이라고 합니다. 컨디션이 좋을 경우에 말이죠. 그런데 회식 자리에서, 혹은 친한 직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꼭 술을 마셔야 한다면 어느 정도 마시게 될까요? 

제 주변의 경우 대체로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의 경우 서로 권하다 보면 한자리에서 한 명이 소주 2병에서 3병은 마시게 됩니다. 거기에 또 2차를 간다 3차를 간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정확하게 마신 계산되진 않지만 대략 5병 정도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주 3잔이 해독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 1시간인데 5병이고, 한 병에 7잔이 들었다고 계산할 경우 35잔 약 12시간의 해독 기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3차에 갈 경우 술자리가 종료되는 시간은 ? 평균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가 됩니다. 마시는 중간에 해독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날 오후 12시 경에 술이 깰 시간이 되지요. 그리고 출근하면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오후나 되어서 조금 정신이 들 정도지요. 직장에 따라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술로 정신을 못 차리면서 일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술이 깨기도 전에 정상적인 생각과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경험상 과도하게 술을 마신 다음 날은 안 나던 오타가 나기도 하고, 그로 인해 만들어야 할 문서나,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하고, 그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오후에 2시간 가량의 소요 시간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술 취한 다음날은 정상적으로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제가 직장인으로서 술을 왜 마실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안 마실 거면 와서 노가리라도 풀어' 
술을 권하지는 않지만, 본인이 만든 술 자리 참석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직장 상사

2.'선배님 저 오늘 속상합니다. 술 좀 사주세요' 
술만 쳐먹고 싶으면 속상한 일이 생기는 후배 

3.'오랜만에 출장 끝나고 왔다. 한잔 하자.' 
출장에서 돌아온 직장 동료  

4.'프로젝트 끝났으니까 거하게 한잔하자' 

5.'정기회식이다 오늘 빠짐없이 다 모여' 

6.'신입사원 입사 기념 회식하지 말입니다.'

7.'퇴사자 송별회 합니다' 

8.'거래처에서 오늘 마감 잘됐다고 한잔 하잡니다.'

9.워크샵입니다. 

회사에서만 해도 무려 9가지 종류의 술을 마셔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참 많습니다. 그밖에 동호회나 친구, 혹은 가족 모임 이라도 하게 되면 정말 주 5일 혹은 주말까지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이 많은 술자리 중 피할 수 있는 술자리가 어떤 것 인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술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동호회 탈퇴, 술친구 버리기 등의 술과 연관된 인간관계를 자르고 보니, 직장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회사 내 술메이트들에게서 러브콜이 끊기 질 않습니다. 이들이 요청하는 데로 무자비하게 술을 마셔 대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들은 고스란히 저에게 전가 되게 마련입니다. 

1. 업무 시간 완수하지 못한 과제 때문에 야근 
2. 과도한 술값으로 인한 저축율 하락 
3. 누적된 피로로 인해 주말 동면
4. 기억력의 하락
5. 간 기능 저하
6. 비만도 증가

개인의 시간이 사라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건지 회사 생활만 하고 있는 것 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상태가 왔습니다.

조금 더 개인의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서 회사에서 술자리를 거부하기 시작하자 여러가지 불이익이 돌아오기 시작 했습니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관계로 업무에 소흘한 타 동료의 일을 떠맡게 되거나, 특정 상사가 술자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업무 분장에 불이익을 주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방어적 차원에서 해당 피해에 대한 항변을 상사에게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게 되었습니다.

'싸가지가 없다.' '대든다'등의 발언들을 듣게 됐습니다. 바른 말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정당하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앞에서는 항변을 수용 하는 척 하지만 실제 뒤에서는 인사고과 점수를 낮게 주고, 능력과 관계없이 연줄이 있거나, 술자리에서 자신에게 사대하는 사람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거나 하는 행위를 일삼는 다는 것을 다음 해 연봉 계약을 할 때가  되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부서 동료들과 연말에 실적 비교를 해도 두 배의 업무량을 달성했고, 추상적이던 업무들을 정형화 하고, 문서화 한 노력은 인정 받을 수 없었고, 제가 대신 해준 업무에 대한 보상은 정작 술자리에서 온갖 아첨을 하는 직원들이 받는 것을 보니 '이게 사회구나' 싶기도 하고, 더 이상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더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내일과 남의 일을 구분하였더니 1년 간 하루 4시간 이상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직장인이 직장에서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 환경은 이래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실력이 아쉬운 사람은 타인에게 부탁해야 하니 술을 사줘야 하고, 승진을 빨리 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상급자에게 청탁의 의미를 담아 술을 한잔 사야 하고, 윗사람에게 잘못 보이면 안되니 같이 술을 마셔줘야 하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1년 간 노력해 보았지만, 조직의 관행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싸워야 했고, 친했던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일부는 저에게 찬동하여 한편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등을 돌렸고, 대체로 매정한 놈, 나쁜 놈 소리를 들으며 일 년을 지내다 보니 정말로 제가 나쁜 사람 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과연 언제 한국에선 술로 친목을 다지는 문화가 해소 될 수 있을까요?

술을 좋아 하기는 하지만, 조절하지 못하는 술은 분명 타인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술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부디 다시 한번 자신의 오늘을 돌아봐야 할 것 입니다. 친목은 술로만 다져 지는 것이 아니고, 신뢰는 술 때문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알콜중독자를 양산하는 사회 환경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 절망했다!
1.고교 교육에 절망했다.
2.대학 교육에 절망했다.
3.고용 시장에 절망했다.(상)
4.고용 시장에 절망했다.(하)
5.술독에 빠진 사회에 절망했다.
6.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친 사회에 절망했다.
7.무능함의 연결고리가된 직장에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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