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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3일 수요일

6.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친 사회에 절망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전전했던 여러 회사들 중 그 반수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학연, 혈연, 지연이 닿은 사람에게만 과도할 정도로 인사 평가 점수를 후하게 준다 거나, 뚜렷한 사유 없이 승진을 시켜주는 행태들 입니다.

먼저 지금은 망해버린 R정보기술이라는 IT서비스 업종의 회사는 사장의 친인척이 회사의 주요 이사, 상무, 과장 같은 직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뭐 얼마 전에 다니던 회사도 마찬가지 였지만, 친인척이 회사를 장악하게 되면 발생하게 되는 안 좋은 일들은 규모가 작던, 크던 같은 회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절망감을 안겨주게 됩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회사의 사장 또는 회장의 친인척들이 무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이렇습니다. R정보기술 같은 경우는 친인척영업팀(이후A팀) 목표로 추진하던 회사의 사업이 있었고, 주영업팀(B)이 추진하던 회사의 사업이 있었습니다. 이 둘은 가려고 하는 방향이 달랐고, 목표도 달랐지요. 실제로 영업의 결실을 먼저 맺은 것은 B팀이 추진하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말 연봉협상 시즌이 되자 대표이사가 B팀과 A팀의 성과를 동등하게 평가하고, 보너스 지급도 동일하게 대우했습니다. 그리고 A팀에서만 부장, 상무, 이사 승진을 시켰습니다.

당연히 B팀은 반발했고, A팀과의 분란이 일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A팀은 당해 실적이 적자 상태였고, B팀은 30억 순이익 상태였으니, 본인들의 우수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실적도 없는 A팀이 승진을 싹쓸이 한 것도 모자라 동등한 보너스 까지 받아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A팀이 가져간 보너스는 B팀과 함께 일한 협력 부서의 개발자들이 받아야 할 몫이었던 것이죠, B팀은 공로에 대한 보상을 받았지만, B팀과 함께 일한 다른 개발자들은 보너스를 지급 받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B팀은 유능한 인재들을 잃게 되기도 했습니다.

억울한 일이 한꺼번에 생겨버린 B팀은 A팀의 처우에 반발하여 대표이사에게 잘못을 따지기로 합니다. 하지만 대표는 능력 여하를 떠나서 자신과 친인척에 반발하는 B팀을 회사에서 내보내기로 합니다. 그 후 R정보기술은 A팀의 숙원 사업을 수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 -50억 이상의 적자 상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부도가 나게 됩니다. 창립 이래로 10년이나 호황기를 누린 회사가 말이죠

그 뒤로 옮긴 또 다른 회사 O기술에서 저는 비슷한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번엔 소규모 회사라 영업 팀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정부 기관에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파견을 하는 업체였습니다. 이 회사는 인사 정책이라는 것 자체가 서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연봉 체계에 대한 공개도 없고, 승진 체계에 대한 공개도 없이. 같이 일하고, 같이 고생했는데, 일을 더 적게 한 친인척만 승진하고, 급여를 더 받는 체계였죠.

일반적인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입사한 직원은 4년 단위로 승진이 될 수 있고, 친인척들은 2년 단위로 승진을 합니다. 일단 2배 차별을 받는 상황 자체가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어느 직원이라도 같은 일을 하다 자신보다 2년이나 먼저 승진하는 동료를 보면 시샘이나 분노가 생겨나기 마련이죠, 게다가 그 승진에 대한 근거나, 사유가 일체 없으니. 옆자리에서 승진한 직원의 행태를 보던 사람은 정말 답답하고 속이 쓰립니다.

그런 그들을 몇 년이고 지켜보며 성장한 회사의 직원들 중 일부는 그들에게 줄을 대기 위해 힘을 쓰기 시작합니다. 프로젝트에 새로운 개발자가 들어오면 일을 몰아서 시키고, 자신은 안위를 위해 이사나 차부장 급의 인사권자 혹은 친인척에 해당하는 직원에게 술을 접대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그 행위를 통해 없는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까지 하게 됩니다.

이런 행태 때문에 매일 술에 절어 일하지 못하는 직장 동료들의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직원들은 업무량에 대한 부담과, 처리한 양에 대비해 낮은 대우를 참지 못하고 1년이 지나 인사철이 되면 철새처럼 회사를 떠나가는 현상이 반복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이런 행태에 대한 소문은 번져갔고, O기술은 이제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없어져 쇠퇴기를 걷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내 편이 있다는 것이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해줄 수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연'에 눈이 멀어 그 사람의 능력을 가늠하지 못하고 위하기만 한다면,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직원들이 얼마나 좌절하고 힘들어 하겠습니까?

공정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은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 시키고,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가 계속 되는 한 해당 회사에 발전이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점점 더 쇠퇴하여 시장에서 도태되게 될 것 입니다. 혹시 내가 이런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조금 더 나은 곳을 찾아 이동하시기를 권합니다.

성장이라는 것은 어쩌면 강점을 더욱 강화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작업 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많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할 것 같습니다.
마트에서 사과를 상자 단위로 파는데 사과 상자에 반드시 하나의 썩은 사과가 들어 있다면, 처음 한 두 번은 '어 썩은 사과 들었네?' 무심하게 지나치겠지만, 그 일이 반복된다면, 아무도 그 사과 상자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죠. 수 많은 사과 중 하나가 썩었을 뿐 인데 말이죠.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학연, 지연, 혈연 중심의 구조는 우리 사회의 썩은 사과 하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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