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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2일 화요일

충남 아산의 지중해 마을, 피나클랜드

지난 토요일. 요즘 비가와서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해 콕 박혀있는 지루한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뭐 주말중 하루만 가는거니 멀리 가지는 못하고, 근교에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아산에 지중해마을과, 피나클랜드가 나름 유명하다는 여러 블로그들을 보고, 별 계획없이 출발했다. 

지중해마을은 최근 여러 블로그에 포스팅 된 탓인지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면서 여자친구가 노래를 부르는 통에 잔득 기대하고 도착했는데. 도착한 시점부터 이건 뭔가 아니다 싶었다. 일단 '지중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당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푸른 바다와 하얀 집들 아닌가? 여행에 대한 모든 일정을 여자친구에게 맡겼기에 지중해마을이 어떤곳인지 쳐다도 보지 않고 출발한 나의 잘못이다. 

지중해마을은 입구에 있는 거대한 50층은 되어보이는 아파트부터 아름다운 풍경이나 바다를 찾아볼 수 없음을 예감하게 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확하게 맞아 덜어졌다. 바다.. 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냥 딱 '아파트 단지 앞 상가구역' 이 적당한 수준. 관광지는 절대로 아니다. 






건물은 뭐 그리스 전통 양식을 따라 한것 처럼 흉내만 냈을뿐. (심지어 석재도 아니고 콘크리트 냄새가 물씬 난다. )  전혀 비슷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게다가 처음부터 목적이 관광 명소였다고 하면,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그늘에 벤치라도 준비를 하던가, 한여름 땡볕에서, 가게에 들어가지 않으면 태양을 피할 장소도 없을 뿐더러, 조금 그늘이라도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차가 주차되어있다. 

즐거운 여행의 마음은 이곳에 도착하면서부터 파토가 났고, 그나마 동네라도 이쁘니까 사진이라도 찍자는 여자친구의 말에 혹시라도 이쁜 스팟이 있을까 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니, 체력은 방전.. 땡볕에 피할곳도 없이 직사광선을 맞아댔더니, 땀과 피로가 이만저만 쌓이는게 아니다. 어떤분들은 야경이 좋다고 하는데. 이런곳에서 야경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 

지중해마을의 문제점을 정리해본다. 

1.관광지로 삼기엔 앉아서 쉴곳이 없어도 너무 없다. 
2.그나마 고풍스럽거나, 잘 꾸며진곳은 건물 사이의 뒷골목 정도인데, 
   에어컨 실외기가 그곳에 많이 설치되어 있어, 미관을 해친다. 
3. 관광지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차가 주차되어있어 사진찍기도 애매하다. 
4. 그냥 한국느낌이다. 지중해느낌 없다. 

전체적인 느낌을 한줄로 요약한다. 
'산천어 축제라고 해서 왔는데 미꾸라지 축제였다.'

그나마 이곳에서 파는 밥은 먹을만 했다. 


'이런 운치없는 곳에서 빨리 벗어나자' 라는 생각에 바로 피나클랜드로 이동하려고 했으나, 배도고프고 한김에 차림밥상 이라는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1인 8천원 가량에 정갈하고 깔끔한 밥상이 나와서 점심은 나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오전중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열지 않는 것 같아서, 딱히 돌아다녀볼 것도 없이 손님이 붐비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운이 좋았다. 

음식의 맛은 대체로 살짝 달달하게 만들어져, 아이들도 딱히 거부감이 없을 정도

아산에 갈때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음.. 이것이 나를 조금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사람을 서두르게 한다고 해야 하나? 버스가 한번 지나가면 2,30분은 기본으로 기다리게 만든다. 시골의 정취라도 느낄만한 곳이라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힐링하겠지만, 이곳엔 그런것도 없기 때문에 지루하고 힘들고 무더웠다. 

지중해마을을 나와 버스를 환승해가면서 40분간을 달린 후 15분을 더 걸어 도착한 피나클랜드. 입구부터 곧게 뻗은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이 하루종일 더위에 찌들었던 몸을 달래준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7천원으로 딱히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여름이라고 물놀이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써있는 팻말이 나를 설레게 했다. 

여름이 되면 나를 설레이게 하는 가장 자극적인 단어 비키니!!! 는 없었다. 


그냥 가족끼리 놀러온 사람들을 위한 베려차원의 허리높이밖에 오지 않는 낮은 풀장, 아이들이 가득해 들어가서 놀면 왠지 잡혀갈것 같은 느낌이 드는 풀장이 있을뿐이란 사실에 금새 시무룩 해졌다가. 풀장에 잠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며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나니 금새 회복되었다. 

처음 오는 곳이기에 너무 큰 기대를 해버린 것 같다. 

실망도 잠시, 더위가 좀 가신 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한걸음 한걸음 옮겨갈때마다 점점 더 매력적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호수와 오리때들이 사람을 반긴다. 여기 동물들은 다들 다들 약간은 굶주린 상태인 것 처럼 사람이 오면 먹이를 달라고 막 닥가온다. 그리고 음.. 말랐다.
(보통 오리 디게 뚱뚱한데 이것들은 새끼도 아닌것같은데 삼계닭 크기밖에 안된다. )












입구에서 안내책자를 배포 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런 저런 식물들이 각자의 자태를 뽐내며 반기기 때문에 그냥 걸음 걸음이 즐거웠다. 길또한 매우 단순하다. 지그재그길이나, 터널처럼 되어있는 길도 있는데 어차피 올라가면 다 똑같이 전망대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길이나, 어느곳에 무엇이 있는지 신경쓰지 않고 되는데로 발걸음을 옮기며 예쁜것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대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물원 만큼은 아니지만, 평소에 잘 볼 수 없는 동물들도 몇종 있었는데, 유산양, 토끼, 공작새 같은 약간은 희소성이 있는 동물이나,  비둘기, 닭, 오리, 강아지 같은 나름대로 귀여운 여러 동물들이 있어서 즐거움을 더해줬다. 먹이하나만 손에 쥐면 굶주린 거지들 마냥 달라드는 모습도 귀엽다 ㅎㅎ 








신나서 막 웃고 떠들며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 전망대에 도착하게 되었다. 전망대에는 폭포가 있는데 이게 인공폭포인지 자연폭포인지는 모르지만, 제법 운치있고 좋았다. 무엇보다 올라오는 길에 군데군데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와 사진찍기 좋은 장소를 제법 준비해놔서 오는 길이 심심하지 않았고, 시간이 정말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

오는길에 한길을 꾸준히 따라 올라와서, 내려가는 길은 다른길로 이리저리 돌아가면서 구석구석 보며 좀더 힐링 하려는데, 미아를 만났다. 엄마를 잃어버린 5살박이 꼬마는 '엄마 어딨어. 엄마가 없다.' 이러면서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고, 마침 그 아이를 찾는다는 방송이 흘러나오는 통에, 아이를 입구에 있는 사무소까지 데려다 주다보니 내려오는길은 이것저것 구경할 새 없이 그냥 내려오는것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뭐 애를 혼자서 내려보낼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즐거움의 반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올라가면서 충분히 힐링 했고, 즐거웠으니까 피나클랜드는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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