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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4일 월요일

금강 종주길을 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이 들이닥친 7월. 장마라서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집에 박혀있다보니 문득 작년에 처음 가보게된 금강 종주길이 생각난다.

처음 금강 종주길에 대해 알게된건 신탄진에 있는 금강 종주길 시작점이라는 간판 덕이었다. 늘상 운동삼아 달리던 천변이 어느덧 익숙해져서 50km를 6시간에 걸쳐 달리던게 3시간으로 줄어들때 쯤 처음으로 대청댐에 도착할 수 있었고, 돌아오는길에 멋드러지게 싸이클복을 차려입은 커플이 금강종주길이라고 써있는 곳으로 달리는것을 보고 있노라니. 저길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무척 궁굼해졌다. 


금강종주길은 대전의 대청댐 종주길 시작점 부터 금강 하구뚝 까지 천변을 따라 이어지는 140km의 길이었는데, 강가를 따라 이어져 있다보니, 고저차는 크지 않고, 비교적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우리집에서 기점이 30km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 내가 주행해야 될 거리는 군산 터미널까지의 약 170km 가량이어서, 50km이상 달려본적 없는 다리가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3개월간의 트레이닝을 거치게 되었다. 트레이닝이라고 해도 하루 낼수있는 시간이 2시간임으로, 시간상 달리는 거리가 한정되어있어 달리는 거리 대신 평균주행 속도를 높이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목표 평균 이동속도는 24km. 싸이클 선수들이야 비웃을만큼 저속이지만, 생활자전거로 단거리 이외에 타본적 없는 내가 당시 낼수있는 평균속도가 16km이었던걸 감안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3개월간의 기나긴 트레이닝으로 50km를 2시간에 분에 완주할 수 있게 된 시점인 8월 드디어 고대했던 종주길에 오를 수 있었다.

금강 자전거길 인증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수첩이 무척이나 탐났지만, 해당 지점에 도착해서 다시 내려오려면 무려 14km의 거리를 더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보존을 위해서 바로 신탄진 종주길 시작점에서 충북으로 넘어갔다. 종주길이 시작되서 얼마 안되는 구간은 이렇게 나무로 되어있는 하천 옆의 도로를 달리게 되는데. 나름 공중에 떠있어서 기분이 오묘하다.

내가 이곳에 도착한것만 해도 이미 30km를 달렸기 때문에 평소 주행하던 거리의 절반을 달려왔기에 체력에 혹시나 문제가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지만 아침 7시에 출발한것 치곤 픽곤하지도 않고, 자전거길 옆에 펼쳐진 강의 풍경이 보기 좋아서 달릴만 했다. 









종주길을 달리면서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곳을 꼽으라면,  시작점으로 삼았던 대청호 부근이 아닌가 싶다. 왜냐면. 이후 힘들어서 지옥을 봤기 때문일것이다.

처음 자전거길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생긴것은 공주에 진입할때부터였다. 자전거길은 대체로 평탄하고 노면상태가 좋아서, 달릴때 딱히 힘이 많이 들거나, 혹은 업힐을 장기간 해야 한다거나 하는 길은 없었다. 길에대한 불만은 딱 하나. 공주에서 진입할때와 나갈때 일반 산업용 도로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체로 신호등이 없는 길이라서 자동차들이 정말 쌩쌩달린다. 

상쾌했던 기분이 출발 한시간 만에 조금 누그러들며 기분이 상하게 되는 부분이다.



대전에서 공주로 넘어갈때, 혹은 공주에서 타지역으로 빠져 나올때 이런 일반 산업용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야 한다.









또한 이런부분을 통과하게 되면서 생기는 다른 문제도 있는데, 초행자가 길을 잃기 쉽다는 것이다. 음.. 종주길을 주행하던중 금강 하구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몇몇 만나서 담소도 하고 어디서왔는지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대부분 하시는 말씀이 오다가 길을 한번쯤은 잃었다는것. 근데 종주길에도 규칙이 있다. 이것을 알면 길을 좀 덜 잃지 않을까 한다. 금강 종주을 달리다보면, 종종 일반도로, 혹은 이면도로, 산업용도로, 오솔길도 달리게 되는데 여기서 한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종주길은 버스 전용차로 처럼 하늘색 도료로 표시가 되어있다는것 

올려논 사진중 종주길 시작점에 찍은 두개의 사진을 확대해보면 길가쪽에 파란색 도료로 선이 있는것을 볼 수 있다. 뭐 물론 앞으로 올릴 사진들에서도 대부분 볼 수 있다. 혹시나 길을 달리다가 '이길이 아닌가벼' 하는 생각이 들면 도로의 좌측이나 우측에 파란색 선이 있다면 그냥 달리면 되고 없으면 지도를 다시한번 보고, 길을 찾아가길 바란다. 

종주길을 달리다보면 약 20km 정도마다 보이는 인증부스. 인증센터에서 수첩을 받았다면 여기서 도장을 찍으면 되는데. 난 받지 않아서 패스










두번째로 날 힘들게 한건 자전거 인증센터가 있으면 근처에 사람이 좀 살수있게 물을 마실수 있는 시설 혹은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면 좋겠지만, 자전거길을 따라가던중 인증센터에는 그 흔한 편의점이 있는곳도 한곳밖에 되지 않았다. 

공주에서 나오기 전에 음료 자판기 한개, 익산을 넘어가는 지점에서 편의점 한번, 정도다. 장거리다 보니 배도 고프고, 뭐 여러모로 힘이 드는데 제대로 쉬지도, 먹지도 않고 가다보면 쉽게 지치니, 다음번에 갈때는 꼭 건식량이나 전투식량을 챙겨가려고 한다.

그리고 종주 자전거 길이라면, 당연스럽게 자전거를 정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건 나뿐일까. 행정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버린 것인가?... 자전거를 정비할 수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배고픔과 굶주림을 참아가며 익산에간신히 넘어갔을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엔 맑음이라는데 이거 소나기가 땅에 발을 대면 발이 다 잠길정도까지 어마어마하게 내리기에 비를 피해 터널을 찾아 들어갔다. 

더위와 배고픔에 지쳤지만, 그나마 비 한번 뿌려주니 더위는 좀 날아갔다. 뭐 그후 날 힘들게 하는 다른 문제를 만들어냈지만 










하늘이 뚫린듯 내리던 소나기는 약 30분을 뿌려댄 이후에 간신히 멎엊고, 비 피할곳을 찾아 이리저리 달려다니던 중 만난 터널에서 편의점이라도 만나면 무엇을 먹을것인가를 30분간 고민하게 되었다. 배고픔이 한계에 달해서인지 구름도 맛있어 보였다. 

160km중 90km를 달려온 나에게 갓 공주를 빠져나온 나에게 찾아온 두가지 고통. 배고픔, 목마름, 이 두가지는 그나마 참을 수 있었지만 중간에 내린 비가 3번째 고통을 만들어냈다. 

비가 다 그친후 자전거를다시 달리기 시작한 나는 왠지모르게 너무 힘이들어서 

'돌아갈까..? 공주 터미널까진 아직 30km이내인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완성하지 못하는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어!' 라며 

나를 다그치며 오늘 정한 코스를 완주 하기위해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100km 지점에서 만난 편의점에서 에너지원 몇개를 보충하고, 음료를 교환하고, 대전으로 가는 중이라는 다른 라이더와 담소를 좀 하고, 몸에 휴식을 30분정도 취한 후 다시 출발했는데, 익산을 지나가면서 넓어진금강. 그리고 새로운 시련인 역풍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그냥 달리는것도 힘들만큼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역풍을 맞으니, 이렇게 가는 구나 싶을 만큼 힘이 들었다. 

그리고 해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었다. 저녁7시 남은거리는 30km 라는 생각에 진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고,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서 간신히 유지되는 평균속도는 18km. 10년만에 자전거 처음탄 속도. 두다리로 뛰는것보다 느린 속도. 그렇게 바람은 힘겨운 나를 금강 하구둑에 도착할 때 까지 괴롭혔다. 하지만 나를 괴롭힌건 바람 하나가 아니었다. 

비... 

소나기에 온통 젖어버린 자전거, 빗속을 약 20분정도밖에 달리지 않았지만, 맞으면 아플정도의 장대비였는데, 이것때문에 자전거에 윤활유란 윤활류는 다 쓸려내려간것. 역풍도 역풍이지만, 가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자전거의 페달을 억지로 밟으니 에너지가 온통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를 나와본적이 처음이라 발생했던 사태. 
라이더들이 자전거 슈트에 각종장비를 뽐내며 다니는걸 볼때마다 '저건 사치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장시간 타보니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 엉덩이는 멍들고 피가 안통해서 감각이 없다. 
2. 팬티가 허벅지를 쓸어서 피가나기 직전이다. 
3. 핸들을 잡은 손의 바닥이 멍들고 뼈마디가 아프다. 

암튼 힘들고 아프고 지친 몸땡이를 이끌고 해가 완전히 바다에 떨어질때쯤 간신히 금강 하구둑에 도착했다. 


그렇게 아프고 힘든 176km의 대장정이 끝나고, 익산 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8시 15분이 대전에 오는 막차라는 걸 알고 다시한번 좌절을 금치 못했고, 터미널 맞은편의 여관에 숙소를 잡은 후, 근처 식당에서 제대로된 첫끼를 먹으며 여행을 마감할 수 있었다. 

식당 아주머니가 '종주길 왔나벼? 다들 군산에서 출발하는데 왜 거꾸로왔데?' 라는 말을 할때서야 남들은 보통 역풍을 안맞기 위해 거꾸로 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이 여행에서 느꼈던것들, 주의사항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1. 금강변 아름답다. 
2. 길가에 하늘색 버스전용차로와 비슷한 라인이 있다면 거긴 종주길이다. 
3. 100km이상 갈때 라이더용 의류는 필수. 
  (래쉬가드 이런거 안된다. 람프레 의류 정도가 저렴하고 좋다. ) 
4. 자전거용 장갑을 착용할 것.  
5. 간단한 정비도구(윤활유 포함)은 가지고 다닐것. 
6. 식량이나 음료는 충분히 준비해가라. 
7. 고속버스에 짐칸에 자전거 싣는거는 무료다. 
8. 군산 시외버스터미널은 막차 시간이 이르다. 
9. 왠만하면 군산에서 출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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