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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7일 수요일

어설픈 사기꾼의 감언이설 3탄 - 취업사기

20대에 가장많이 격게 되는 사기의 종류는 아마도 취업사기가 아닌가 싶다. 나의 경우 대학을 중도에 하차해서 고졸이다보니 특히 취업이 어려웠다고 생각했으나, 요즘 세대를 보면 딱히 그렇지 않더라도 취업이 어려운 경우를 많이 본다.

1999-2003년 즘엔 취업도 인터넷이 아닌 교차로 같은 곳을 보고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체로 홈페이지가 적절히 갖추어 지지 않은 곳들이 대다수였고, 취업 사이트 같은곳에 들어가면 고졸은 생산직 이외엔 뽑지를 않았다. 왜 그런현상이 나타난지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목표로 하고 있던 내게는 취업이 결코 쉽지 않음을 실감 할 수 있었다.

30여개의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30여번 서류심사에서 떨어졌고, 약간은 절망을 했던 적도 있다. 그러다 서울쪽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사회 초년생이던 내게는 서울에 상경해서 생활 할 비용이 없었고, 소기업이던 해당 회사엔 기숙사가 없어서, 면접에 붙고도 못올라가게 되었다. 그래서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지역에서 일단 취직하기로 결정하고 교차로를 보고 이곳 저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중 만났던 취업사기는 대체로 '판매사원 모집' 이라는 글귀가 있거나, 워드프로세서 자격을 요구하는 방송자막업체 혹은 문서대행업체였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판매사원 모집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처음 만난곳은 정말 어설프고 얼토당토 않은 업체였다.

- 판매사원 사기 -
복조리를 판매하는 업체였는데 솔직히 그때당시에도 집에 복조리를 두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이 중국에서 20원에 수입한 복조리를 판매사원에게 하나에 3000원에 사서 만원에 팔던 십만원에 팔던 본인의 자유니 복조리를 사서 가져다 팔란다.

"여러분 이게 말만 잘하면 대박나는 아이템인거에요. 일예를 하나 들자면 이렇게 말씀하시면 잘먹혀요 '제가 지리산에서 3년간 수행을 하면서 산의 정기를 담아서 복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그간의 들어간 공을 생각하면 이거 십만원에 팔아도 남지 않는데 오늘 제가 특별히 3만원에 팔려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내가 정성을 들이고 또 들였다는것을 강조해서 사람을 감동 시키면 이게 물건이 팔리는거에요. 말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이야기 있잖아요?"라며 짖어댔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잘팔리면 지가 가서 팔지... '

아무도 사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근데 어떤 아주머니가 이걸 한박스나 사는거다 30개짜리. 뭐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의외로 이런거에 당하는 분들이 많은지 얼마후 우리집에도 복조리 방문판매원이 3명이나 다녀갔다. 물론 단 하나도 사주지 않았다.

이들은 절대로 팔리지 않을 물건을, 절대로 팔리지 않을 가격에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덤탱이를 씌운다. 다단계다.

- 자막 제작업체 빙자 소프트웨어 판매 -
두번째 취업사기는 자막 제작업체를 빙자한 사기였는데. 윈도우에 자주쓰는 글귀에 대한 단축어를 입력하고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워드프로세서에서 쉽게 분당 1000타 이상을 칠 수 있게 되고, 초보자라도 700타 정도가 넘어가면 실시간 방송 자막을 제작할 수 있게 일감을 준다는 것.

다만 해당 소프트웨어를 30만원에 사라는것.

그곳은 분위기도 그럴듯 했다. 교육장이라며 보여준 곳에는 약 30명정도의 인원이 PC앞에 앉아서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맹렬한 속도로 타자연습을 하고있었고, 본인들이 들이 만든 방송 자막이라며 녹화된 TV외화 시리즈 자막을 보여주면서, 자화 자찬을 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그럴듯 했지만, 이미 700타이니 소프트웨어는 필요없다. 당장 일할 수 있느냐고 묻자 사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나중에 해당 소프트웨어를 나우누리 에서 검색해보니 무료로 그냥 제공되는 것이었다. 안사길 잘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약간 아쉬운점은 분명 사기인데 거기에서 연수를 핑계로 몇달이고 타자연습을 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신고를 할껄 그랬나.. 하는 후회가 좀 들긴 했다.

- 소프트웨어 제품관련 개발 사기 -
세번째로 찾아온 손님은, 당시 내가 특정 업체에서 홈페이지를 의뢰받아 개인적으로 구축해준 적이 있고, 그 업체를 통해서 연락이 왔던 지역에서 유명했던 L사진사였다. 이분은 본인이 사기를 당하고 계시는 와중에 나를 프로그래머로 고용하기 위해 먼저 연락을 하셨는데. 내용은 이렇다.

대학교 강사도 겸임한 프로사진사인 이분에게 사기꾼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동창이고, 사업을 실패하며, 사기꾼으로 몰려 감옥에서 2년을 썩고 나왔다는 사기꾼은 CD한장을 건내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게 내가 5년전에 7명을 고용해서 2년동안 월급주면서 만든 행정용 홈페이지 자동화 솔루션인데, 당시 개발자들이 내가 감옥에 가는 바람에 모두 퇴사했고, 지금도 안산의 본인 회사에 개발자들이 있지만, 리눅스용과 윈도우용 인스톨러를 모두 만들었는데 왜인지 설치가 되지 않으니 이걸 해결해주면 돈도 주고, 팀장으로 고용해줄게'

무척 좋은 조건이고, 당시 L사진사님은 본인이 갖고있는 건물에 당장 다섯평짜리 내 전용 사무실을 내주셨다. 그리고 이건 해결되면 바로 차한대 사줄테니 갖고 다니라고.... (이부분에서 솔직히 나도 한배를 탈뻔했다.)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의 돈이 오가길래 사무실과 컴퓨터를 바로 내어주고, 게다가 차까지 제공해주며 고용한다는 것인가? 당시에 윈도우 98과 xp가 혼용되던 시절 인터넷은 초창기였으니, 당연히 인터넷은 무궁무진한 가치를 갖고있는 것 처럼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고, 외부에서 그걸 보던 사람들에게는 일확천금의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 제대로된 아이템이 아닌것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결론은 당시에도 좋은 아이디어와, 완성도가 곁들여졌으며, 누구에게나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면 가치가 없는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단 해당 제품을 내가 접했을 때 보편적인 os는 윈도우 98과 XP 였고 해당 인스톨러를 실행해보니 오류 메시지가 이유 없이 발생했는데, 문득 5년전에 생산됐고, 당시 os 기반이 무었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쉽게 풀렸다. 이전 버전의 윈도우와, 리눅스 콘솔모드 설치만 지원하는 인스톨러였던 것이다.

다행이 지인중에 해당 OS를 사용하는 친구가 있었고 친구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OS설치를 부탁했고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전반적인 소스코드는 모듈화가 잘 되어있고, 기본적인 화면분할 (3분할 형태의 레이아웃)과, 글꼴 색상, 이미지 첨부등 복합적으로 홈페이지를 쉽게 만들 수 있게 지원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었다. 하지만 보완해야할 점이 많아 보였고, 당시 수준의 완성도라면, 내가 개인적으로 만들더라도 6개월이면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인데 2년간 7명의 인원이 투입되었다는게 조금 이해가 안갔다.

그래서 L사진사에게 별도로 연락을 취해 해당 제품의 판매처와 기타등등에 대한 질의를 했고, 당시 제품을 기상청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설명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서 의문점을 제기했고(홈페이지 제작 지원솔루션이 기상청에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이런저런것을 평가했을때. 무료 제공되는 게시판과 크게 다른것이 없는점, 이미 유사 상품이 많은점, 보다 편리하고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 제품군이 시중에 유통되는 점등을 제시했고, 제공받기로 했던 것에 대해선 정중히 거절하고 끝냈다.

거절 했던 이유중 가장 컸던 것은 당시의 실력으로는 내가 팀을 이끈다거나 하는일은 상상할 수 없었고, 또한 내가 가진 아이템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취업이 간절했던 시기 다가왔던 사기꾼들은 위에서 대표적으로 설명했던 유통, 판매사원 모집을 가장한 사기와, 물건을 강매하는 사기이다. 뭐 이밖에도 여러가지 않좋은 경험들이 있는데. 취업한 회사가 얼마 안가 도산 하면서 급여를 받지 못했다던가 하는 일은 주변에도 흔했다.(당시 4대보험이 의무 적용이 아니어서 떼인 급여는 거기서 끝이었다.)

뭐 지금이야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전의 고생들은 고스란히 기억속에 남아서 가끔 돌아보면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어느면에선 추억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내가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이들, 혹은 취업사기에 휘말려 몇 달치 용돈이나 월급을 날려 먹고 기본급도 지원되지 않는 이상한 회사에서 정수기 팔러 다닌다거나 하는 이들이 지금도 주변에 있기에.

이런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직접 경험해본 것 만 기술하였다.

아무래도 벌써 10년~15년이나 지난 일이다보니 지금 시점과 맞지 않을 것 같지만 사기의 경우 대게 방법이 달라질뿐 본질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점. 즉 취업을 하고싶어 면접을 갔더니 '물건을 사라' 혹은 '기본급은 없으나 물건을 팔면 크게 돈을 벌수 있을것이다.' 같은 허황된 이야기에 현혹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대체로 보면 이들은 대기업을 빙자하고 있지만, 사업자에게는 사업자등록증이, 법인에게는 법인등록증이 있어야 하는데 대게 없다. 명칭이 가짜기 때문이다. 타자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려 했던 곳은 리얼텍(해외 랜카드 제조업체) 이었다.

그 외에도 급여가 밀리기 시작한 회사가 전화위복하여 정상화 되는 경우는 1/100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침몰하는 배에 올라타있으면 본인의 시간도 같이 침몰하게 되니, 바로 탈출하길 바란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해주는 채당금도 최대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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