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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4일 화요일

침략 그리고 경제 (일제의 침략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

직장인 밴드를 하던 시절 나는 한 구성원에게서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이 좋다, 일본에서 우리나라가 얻은 것이 많다. 지금의 현대자동차가, 삼성전자가 있는 것은 다 일본 덕이다'라는 미친 이야기였다. 나는 해당 청년에게 왜 일본이 우리보다 선진국의 자리를 먼저 차지했었는지 하는 이유와, 우리가 수십 년 뒤쳐지게 됐던 이유를 이야기 해 주며, 일본 덕을 본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사온 것이며,  어떻게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산업에서 수십 년 앞섰는지 왜 우리가 일본에게서 기술을 가져와야 했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청년은 납득하지 않았지만 일말의 반론조차 내지 못했다. 다만 일본이 좋다고 했다. 아마도 I로 시작하는 사이트나 뉴라이트 사상이 만연한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나는 반론 한마디 못하면서 일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청년과 결별했고, 해당 밴드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래서 일본을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전쟁과 그로 인한 경제적, 기술적 종속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일단 시작은 전쟁이라는 암울한 단어에서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누구의 입장에선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 헛소리 한다.' 라는 평이 나올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상세하게 기술하기엔 양이 너무 방대하여 최대한 짧게 기술하려고 한다.
 

1. 산업 혁명과 전쟁

'산업혁명과 전쟁이 대체 무슨 관계냐'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 두 가지는 매우 관계가 깊다. 전쟁은 인력과 물자의 싸움이다. 산업 혁명은 물자의 생산을 가속화 시켰고, 가속화 되어 생산된 여러 물자 들은 한 나라 내에서 사용하기엔 넘쳐 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비축 되어 군용으로 전환이 되었고, 산업화가 일찍 시작된 나라일수록 전쟁 지속 능력은 높아져 갔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대전'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산업혁명 이후의 전쟁은 전쟁 패전국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전쟁에 패배한 국가에는 어떤 것들이 변화 하게 되는 가를 생각해 보자. 이것은 한국의 식민 역사와 무관하지 않으며 침략 당했던 국가들은 대게 비슷한 형태의 경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침략은 크게 3가지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침략기 (국토와 자원을 강탈하여 식민지 화)
육성기 (식민지에 산업적 생산 기능 향상)
찬탈기 (식민지의 발전된 산업에서 생겨나는 재화와 인력을 약탈하여 전선 확대)
 
1,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패배한 국가의 대부분은 산업혁명에 뒤쳐진 국가다.
 
산업혁명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낸 국가가 전쟁에서 우위를 점유하는 이유는 물자의 생산력이 비 산업화 국가에 비해 월등히 향상되어 있기 때문에, 전쟁 능력 역시 월등히 높았다. 그리고 산업 혁명을 경험하지 않았거나 뒤쳐진 국가의 대부분은 전쟁을 위한 군수품의 규모와 성능에서 상당히 뒤쳐져 있었기 전력의 차이가 심각했으며, 전쟁 보단 거의 일방적인 살육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침략기
침략을 통해서 그들이 처음 원한 것은 영화 300의 사신이 했던 대사처럼 ‘earth and water’였을 것이다. 땅과 물은 영화 300의 배경이 아직 농업 시대 이기 때문에 원한 것이고, 산업혁명 이래의 전쟁에서는 땅과 물을 포함한 각종 자원과 그것을 가공할 인력이 이에 해당한다.
 
육성기
전쟁 승리한 나라들은 대부분 초기에 자신들이 점령한 식민지의 산업을 발전시켰다는 말은 일부분은 맞지만, 다른 의도를 배제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침략에 성공한 국가들은 대부분 초기에 자신들이 점령한 나라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식민지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식민지를 만들기 위한 생산 기지로 해당 국가에서 군수품을 제조하여 조달함으로써 물자 수송 거리를 단축 시키는 것이 목적이지, 절대로 식민지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산업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게 되면 바로 '찬탈기'에 들어가게 된다.
 
찬탈기
물자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기지가 완성되게 되면 생산 기지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쟁을 주도하는 침략자 입장에선 필요 없는 인원으로 분류가 된다. 따라서 이때부터 해당 인원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강제징용'이나 학살 등의 민족 추출 작업이 시작 된다.
 
찬탈기는 전쟁이 지속되고, 그 전쟁이 점점 더 먼 곳으로 확산됨으로 인해서 점점 더 가속화되는데 이유는 이렇다.
 
전쟁의 지역이 점점 더 먼 곳으로 이동함으로 해서 군수품의 생산 기지가 점점 더 전진하게 되고,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 된 후방에 어느 정도의 산업 기반이 자리 잡게 됨으로 침략한 나라의 시민들이 와서 살기 편안한 환경이 조성된다.
 
그리고 먼 곳에 형성된 전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교육 시켜 전쟁 물자 생산에 사용하는 것 보다, 기존의 지역에 있던 사람들을 데려다 쓰는 것이 생산력을 즉시 향상 시키는데 유용하다. 따라서 침략한 나라가 생각하기에 유용한 인재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게 된다. (산업화와 연결된 재능을 가진 대부분 전선에 가까운 새로운 생산 시설로 보내진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노예로 생활하거나, 병사로 징병 된다. 
 
전쟁 이야기는 이 정도 하고, 다음은 해방 이후의 세상을 이야기 해보자.


2. 해방 이후의 종속  

지배가 끝나게 되는 시점에 침략을 했던 나라는 모든 산업 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대부분 남겨 놓고 철수한다. 그리고 전쟁에 패해 지배를 받던 많은 식민지의 사람들은 이미 산업화된 기반 시설을 사용해 보았거나, 산업화 사회 이후의 변천에 대해서 맛보았다. 즉 편리함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설들은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다시 사용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시설들을 사용함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침략을 했던 나라의 기술이다. 기술이라는 것은 결국 특허라는 이름 하에 해당 기술의 권리가 약 20년 간 지켜진다. 따라서 침략을 당했던 국가는 약 20년간 침략 했던 국가에게 특허 기술의 사용료를 내면서 불합리한 무역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형성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리적인 침략에선 벗어난 상태이지만 경제적 침략에선 벗어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된다.
 
그리고 그 기술의 비밀이 지켜지는 20년 동안 침략국에서는 각 나라에서 징용 해간 인재들과 자국의 기술력, 그리고 경제적 우위를 통해 보다 우수한 기술을 만들어 내면서 종속 기간을 연장해낸다. 즉, 물적 침략이 끝났다 하더라도 기술/경제적 침략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나라가 자신을 침략했던 나라의 산업 시설과 유사한 위치에 올라서려면 그 기술력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 30~40년 걸리게 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기술적인 종속은 결국 경제적인 종속으로 이어 지며, 그로 인해 한번 침략 당했던 국가의 경제는 전후 3,40년이 흐르도록 쉽게 좋아질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역시 해방 이후 일본에 기술적, 경제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었고, 그 기간도 3,40년이 아닌 약 50년 가까이 지속 되었는데 이유는 바로 찬탈기에 행해진 민족 추출 작업(민족 말살 통치기)으로 인해 외국어 능력을 가진 사람의 절대 다수가 일본어에 편향되어 있었고, 산업화 관련 기술을 배웠던 사람 역시 절대 다수가 일본의 기술을 전수 받았던 것이다. 그것도 유소년기부터 말이다

이후 민족 말살 통치기의 여파는 기술적, 경제적 종속을 지속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고, 친일파가 다시 득세하는데 역시 한 몫 하게 만들었다.

3.세대의 순환과 경제 

경제적, 기술적 종속이 30년 이상 지속되는 이유에는 두 번째 이유가 있다. 이것은 경제 인구의 세대 전환과도 연관된다. 경제 참여 연령은 약 20-60세 까지 약 40년이고, 아래와 같이 분류된다.

1. 경제에 참여하기 만 하고 결정권이 없는 시기 20-30세
2.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시기인 30-40세,
3.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40-50세
4. 경제의 뒤에서 압력을 행사하는 50-60세

해방 이후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인구의 대다수가 일제 시대의 산업화에 종속 되어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해당 세대가 전부 교체되기 이전에 경제적, 기술적 종속의 고리는 끊을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그렇다면 40년 후 세대는 일제에서 무관한가? 라는 생각을 하면 이 역시 그렇지 않다. 일제가 시행한 문화 말살 정책의 여파는 아직 어린 10대에도 남아있게 되는데 이것은 초/중/고 교과 과정을 모두 일본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경제에 참여하지 않았던 10대 이전의 학생들 까지도 일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기술적 종속에서 벗어나려면 유사하거나 우월한 기술을 만들어 내야 하니, 이 역시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이 산업과 경제에서 일본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갖게 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해방 후 5,60년이 되는 1995년 이후이다. 즉 95년 이전의 산업에 대해 일본과 우리나라의 우열을 가린다면 당연히 일본이 대부분 앞섰다. 위에 기술한 이유들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일본의 당시 앞섰던 기술을 무상으로 원조 받거나 훔쳐오는 일은 없었다.

초기에 기술된 돌I의 망언에 등장한 현대자동차 의 자동차 산업과 삼성전자 의 반도체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링크한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둘 다, 기술 제휴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으며, 때로는 필요한 인력은 영입했고, 자체 기술 개발을 모색한 것. 둘 다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고, 정당한 기업 활동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앞서 말했던 뉴라이트 비슷한 사상의 잠시 알고 지낸 녀석이 '일본에서 얻어 온 것이 많다.'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와 사회, 그리고 경제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십 년간 역사의 아픔을 딛고 어려운 환경에서 산업 기반을 닦아 낸 선조들,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과 투자, 그리고 그 열정을 '형 우리가 일본에서 얻어 온 게 얼만데요' 라는 마치 구걸한 사람이 금덩이라도 받은 양 저렴하게 폄하하는 말이 내겐 매국과 다를 바 없게 들렸다. 그리고 자국을 폄하해서 그가 얻는 것이 있는지 궁굼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각 국가들의 산업이 일부 일본을 앞서기 시작하고 있는 95년 이후 상황이 나에겐 일본의 잠정적인 지배가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과정은 일본의 경제 성장률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일본이 점령했던 동아시아 대륙 대부분의 산업과 경제가 일본의 잠재적 지배를 벗어나 면서 부터 일본의 실질 GDP성장률은 둔화거나 하향 됨을 알 수 있다. 일본의 GDP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이고, 종속되었던 기술을 수입하는 국가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된다.

지난 수십 년간 경제와 산업 기술의 일부를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일본의 잠재적 지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 즉 해방 50년 후인 1995년 이후  일본의 실질 성장률은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피크점을 이루었던 1995년 이후 물가 상승률이나 화폐 가치가 낮아진 것을 감안하면 95년 이후 20년간 일본의 실질 성장은 마이너스로 추정된다.

반면 한국은 1995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고, 성장률은 둔화 되고 있지만, 2025년에는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이 10여 년 전에 나타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강의 기적(해방 후 한국의 경제 성장률)
한일 GDP 추이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쓴 이유는 일본을 미워해라 정도로 사용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되먹지 못한 친일 놀이를 하고 있는 어떤 사이트에서 유포하는 근거 없는 내용과 사상에 물드는 사람이 조금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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