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여름처럼 더워져버린 5월말. 낮 기온은 34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여름 같은 더위가 기승을 떨치고 있어서일까 나도 모르게 시원하고 탁 트인 바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여자친구도 마침 그런 곳에 가고 싶다 하니 데이트 할 겸 세종 호수공원에 갔습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매번 같은 풍경의 바뀌어가는 계절감을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자동차가 생기니 또 이런저런 선택지가 생긴다는 것이 즐겁기도 합니다. 자동차를 살 때 만 해도 ‘이 녀석은 주말에 집에 세워만 놓겠노라’고 공언을 했지만, 막상 사고나니 함께하고 싶은 여러 풍경이 있기에 주말이면 한번쯤 교외로 차를 모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느끼게 됩니다.
주말에 나들이 갈때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좀 더 예쁘게 담아볼까 하는 욕심도 생기지만, 카메라가 솔직히 이동 할 때는 여러모로 애물단지 취급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고, 무겁고 불편하며, 사진을 찍는 행위에 치중하다보니 제대로 즐길 수 없어, 나들이 갈 때는 카메라를 놓고, 마음 편하게 휴대폰카메라로 ‘이건 꼭 찍어야 해’ 하는 정도만 가볍게 찍고 있습니다.
세종 호수공원은 친구 덕에 알게 되었는데, 주말마다 부인과 함께 간다고 하니 그렇게 좋은가? 싶기도 하고, 세종시가 생긴 지도 이제 10년이 다되어가니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 궁굼한 마음에 엑셀을 밟았습니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처음 도착한 곳은 매우 넓고 거대한 주차장, 주차장의 사진은 없지만, 무료이고, 태양광 발전 시설이 그늘을 만들어주고있어 더위걱정 없이 주차할 수 있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자 얕은 늪지 위에 이런저런 모양으로 놓인 다리를 통해 늪지 생태를 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 광활한 하늘 이었습니다. 좌 우 어디를 봐도 높은 건물 없는 탁 트인 시야와 파란 하늘, 그리고 매우 먼 곳까지 맑게 보이는 투명함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줍니다.
인공적으로 꾸며진 곳이다 보니, 물속에 사는 생물의 수와 종류는 조금 적은 편입니다. 크기가 작은 잉어 녀석들이 있는데, 먹이를 주는 사람이 있는건지 사람이 지나가면 우글우글 몰려듭니다. 작살 하나만 있으면 석달간 굶지않고 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책도중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2인용 자전거를 5천원에 빌렸습니다. 여자친구를 뒤에 태우고 말처럼 달리다보니. 힘들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를 평균속도 10km정도로 달리니 총 27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사진에 보다시피 쉴 수 있는 그늘이 많이 조성되어있지는 않다보니, 군데군데 사람들이 몰려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뭐 굴다리 밑이나, 아이들 물놀이하기 좋게 만들어 놓은 모래사장 같은 곳에 주로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몰려있고, 가끔 텐트를 치고 쉬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 다니다보니 선착장 같은 곳이 있었는데, 오전 10시부터 운영되는 수상 스포츠를 체험하는 곳이었습니다.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시간만 잘 맞춘다면 별 기다림 없이 쉽게 카약이나 고무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체험을 하고나니 어느덧 4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푸른 하늘과 푸른 호수를 너무 많이 봤는지 눈앞이 온통 파래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멜라토닌이 분비되었는지 다녀와서 12시간을 매우 편한 기분으로 잠들었죠.
전반적으로 매우 괜찮은 공원이고, 마음까지 트이는 잘 꾸며진 공원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쉬운점은 그늘이 조금(여름이 되면 많이 모자랄 것 같습니다.) 모자란 점. 이걸 빼곤 편안하고 만족감 높은 나들이가 되었습니다. ㅎㅎ